정효진(D-lab 석사1차), 이동호(4), 성지은(4)

작품명 : 쓰다 ; 담다 ; 쓰다듬다

경운궁은 창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가 펼쳐진 장소로 무수히 많은 경계의 변동이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경운궁의 형태적 복원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곤 한다.. 이러한 생각 바탕에는 일제 강점기에 침탈되고 훼손된 수많은 전각들이 곧 상처받은 우리의 역사이고, 이를 복원하는 것이 그것을 치유하고 극복했다는 표상을 나타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운궁의 역사와 정체성, 그에 따른 복원을 논함에 있어서 단순한 옛 궁궐의 형태로의 단순 복원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에서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경운궁의 영역이 제 모습을 되찾을 때 까지 사람들에게 그러한 영역에 대해 암시해 줄 수 있는 어떠한 것 –signifier- 을 주고자 한다. 그것은 경운궁 영역 내의 특정한 장소에서 형성된다. 처음에는 완전한 형태를 이루지만 이내 서로 다른 형태로 파편화 되어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영역에 전반적으로 뿌려진다. 그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형태를 규정할 수 없고, 특정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오브제로 느낄 수도 있고 그것을 통해 어떠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 아무런 인식도 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님에 따라 어떠한 행위를 뒷받침 하거나 다양한 쓰임으로 이용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운궁의 부분들이 제 모습을 찾아갈게 되면 그것은 위치해있던 곳에서 사라지고 기존의 장소로 돌아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 형태는 처음 해체되기 전의 견고한 모습이 아닐 것이며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사람들에 의해 마모되고 닳아진 결합으로 인해 불완전한 형상을 나타낼 것이다..

우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모든 형태가 원형의 상태로 보존되는 역사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모든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시간의 과정을 인식시켜 주고 싶은 것이다. 완벽한 원형은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른 완벽한 복원도 없으며, 이러한 과정은 멈추지 않고 연속되고 덧씌워지는 흐름과 과정일 뿐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들이 훗날에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큰 주체는 ‘사람’과 그들의 ‘의식’ 이며 이를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 경운궁은 비로소 진정한 복원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