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POTENTIAL PIVOT - 문화의 흐름을 이어주는 8번째 길을 내다
박진규, 엄희춘, 정효진(D-lab, 3차)
■ 연초제조창의 ‘문화적 가능성’
지난 10년 동안 연초제조창은 거대한 볼륨 안에 아무런 기능을 담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사람들은 이 거대한 덩어리를 그저 언젠간 없어져야 할 건물, 그리고 그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건물로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라는 뜻밖의 ‘문화’와 만나면서 이제 공장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수없이 많은 문화의 종류를 담아내기엔 거대한 공간에도 한계가 있다. 키워드는 청주의 지역성과 역사성, 특수성을 대표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청주에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청주라는 지역을 대표적으로 나타내기엔 약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을 어떠한 구심점으로 집결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어야 한다.
■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과거와 달리 요즘은 문화재만큼이나 산업유산에 대한 보존 가치가 크게 작용한다. 많은 건축적 관심이 쏠려 있으며 대부분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며 공간의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연초제조창에도 강한 건축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강력한 그리드, 기둥, 높은 층고, 사람의 눈높이에 닿지 않는 띠창, 굴뚝 등. 최대한 기존의 것을 남기고 공간을 재구성 하는 가치는 여전히 작용해야 하지만, 남겨야 할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하나만큼은 원형(元型) 그대로 남기고 싶다. 연초제조창에서 지속될 순수한 단 한가지 물성은 ‘굴뚝’ 이다.
■ 굴뚝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
과거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연기(煙氣)를 세차게 뿜어내었던 굴뚝은 앞으로 다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열기(熱氣)가 가득할 것이다. 내덕칠거리의 진입에서부터 앞마당의 작은 예술촌(村,) 내부의 강한 보이드 공간, 층층히 쌓여있는 실(室) 여기저기에서 굴뚝은 강한 시각적인 인상을 남긴다. 사람들의 동선을 내부로 유도하는 길을 따라 도착하는 곳은 굴뚝이 있는 공간이며, 이 공간은 제조창에서의 마지막 공간이지만 다시 이곳을 통해 주변의 문화 공간으로의 동선이 시작되는 연결점이 된다.
종착점이 굴뚝이라면 시작점은 내덕칠거리이다. 내덕칠거리는 7개의 차도가 교차하는 곳으로 많은 차량이 교차하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남쪽의 육거리 시장에서부터 이어는 상당로의 강한 보행 축을 받아줄 수 있는 8번째 도로를 만들어준다. 부지의 진입부는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길을 내주고, 이러한 흐름을 받아줄 수 있도록 작은 예술촌을 만들어 상시 지역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업하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이 작은 마을을 사람들은 구경하며 자연스레 지하의 큰 보이드 광장으로 진입하게 되며, 연초제조창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이다.
